이것은 일식인가 텍사스식인가 멕시코식인가?
지난 12월 초 회사에서 보내준 3박4일간의 오키나와 워크샵에서 꽤 많은 것을 건질 수 있었다. 멋진 해변가 사진, 맥주로 인한 뱃살, 그리고 약 열다섯개의 즉석식품 같은 것이다. 이 중 즉석식품이 내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, 오늘의 주제인 “타코라이스”도 그 중 하나이다.
타코라이스는 오키나와에서 주로 먹는 음식으로,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, 타코의 주재료(간 고기, 토마토, 양상추, 치즈 등)를 흰 쌀밥에 비벼 먹는 요리이다. 현지 마트에서는 타코라이스가 그려진 식품 봉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. 특별한 것은 아니고, 타코 향의 소스가 입혀진 간 고기를 봉투에 밀봉한 레토르트 식품이다. 핫소스도 동봉되어 있기에, 나머지 채소와 치즈만 있으면 타코라이스를 쉽게 만들 수 있다.
오늘은 저녁식사를 만들기 귀찮았기에 타코라이스를 만들어 보았다. 간 고기(“민찌”)가 들어있는 봉지를 끓는 물에 5분간 데운 뒤, 따뜻하게 데운 흰 쌀밥 위에 얹었다. 그 위에 조그맣게 자른 뒤 물기를 쫙 뺀 양상추와 토마토, 그리고 작게 찢은 슬라이스 치즈를 얹었다. 여기에 동봉된 핫소스를 얹으면 완성이다.
그 맛은… 눈이 번쩍 뜨이며 머릿속에 탁트인 텍사스의 하늘이 그려지는 맛은 결코 아니다. 하지만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고기가 따뜻한 밥에 비벼지니 밥 한공기는 뚝딱 비운다. 치즈, 양상추, 토마토 덕에 진짜 타코를 먹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은 덤이다. 이 착각에는 고기가 절여진 소스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, 정확히 “타코벨”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그 소스가 사용된 듯 하다. (타코벨과 진짜 타코는 많이 다르지만…)
고기의 양이 많지 않으니, 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밥 양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. 그리고 핫소스가 한국인 입맛에는 약간 심심하다. 보다 매운 핫소스를 갖고 있다면 취향껏 넣어주면 맛이 더욱 좋아질 것 같다. 타바스코는 어떨까?
비록 지금은 레토르트 식품으로 접했지만, 나중에는 오키나와 식당에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다.
2024년 12월 23일. 서울.